중국산 부품도 한국산으로 둔갑? 새마금이 '원산지 세탁소'가 된 이유
최근 한국 제조업계에서 ‘원산지 세탁’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새만금 국가산업단지가 중국 기업들의 생산 기지로 주목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중국산 부품, 한국에서 조립하면 ‘메이드 인 코리아’?
전북 익산의 특수금형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8월 이후 중국 기업들의 공장 방문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중국 측은 한국산 원자재 대신 중국산을 사용해 단가를 낮추자는 요구까지 했다고 합니다. 또한, 경남 창원의 중소기업 C사는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모듈 형태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한 후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고 있습니다.이러한 방식으로 중국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는 한·중 FTA와 한·미 FTA를 활용한 저율관세 혜택 때문입니다. 중국산 원자재를 한국에서 가공해 51% 이상의 부가가치를 더하면 합법적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택갈이’나 ‘라벨 갈이’ 같은 불법적인 원산지 세탁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새만금, 중국 기업들의 ‘우회 수출 기지’로 전락하나?
전북 군산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는 중국 국유기업 샤먼텅스텐이 투자한 ‘한국샤먼텅스텐금속재료’ 공장이 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산화텅스텐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수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기업 HT는 새만금에 태양광 전지 제조 공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직접 생산 시설을 설립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한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미국의 대응과 한국의 과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우회 수출 기지로 활용되다가 미국으로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바 있습니다. 한국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비책이 필요합니다.현재 한국 내 중국의 투자는 1년 만에 4배 증가해 8조 3,000억 원에 달합니다. 특히, 반도체, 태양광, 2차전지 등 미국이 규제하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단순한 하도급 기지가 아닌,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한국 제조업,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인가?
이미 서빙로봇, 전기스쿠터 등 일부 산업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산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국내 서빙로봇 시장의 80% 이상을 중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전기스쿠터 제조업체들도 대부분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조립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원산지 세탁과 같은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기술 혁신과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에 집중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한국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한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 기지가 아닌, 독자적인 기술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